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22-04-14
감독 : 정재익, 서태수
출연 : 조민상, 한태경
등급 : 12세 관람가
[복지식당]의 시대배경은 2016년입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텔레비전에서 당시 뉴스임이 분명한 이미지들이 스치고 지나가요. 이 이야기는 2019년 이전에 일어난 일일 수밖에 없는데, 그 해에 장애인 등급제가 폐지되었기 때문이지요.
영화는 주인공 재기가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되면서 시작됩니다. 휠체어 없이는 거의 걷지를 못하고 한쪽 팔도 마비가 되었어요. 이 정도면 중증장애인이고 복지 시스템의 지원을 받아 마땅한데, 어떻게 된 건지 재기는 1등급 대신 5등급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같은 병실에 있던, 멀쩡하게 걸어다니던 환자는 2등급을 받았는데요.
여기서부터 영화는 카프카적인 미로가 됩니다. 1등급인 재기의 육체와 서류 속 5등급이 끝도 없이 충돌하면서 재기를 맞은 편으로 튕겨내는 거죠. 재기는 이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든 자신이 1등급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해요. 하지만 이 시스템에서 그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열받는 일인데, 영화는 시스템의 문제점보다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장애인들의 세상도 무섭기는 마찬가지이고 재기처럼 천진난만한 신참을 착취하고 약탈하려는 다른 장애인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이런 사람들이 그 틈에서 활동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재기는 척 봐도 호구로 만들어진 캐릭터라 보고 있으면 숨이 막혀요.
이 우선 순위는 실제 장애인인 공동감독 겸 각본가인 정재익과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워진 것입니다. 비장애인 이야기꾼이 처음부터 취재와 상상력을 통해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면 당연히 시스템에 집중했겠지요. 하지만 당사자의 실제 경험은 다를 수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이 이야기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면 그 자체가 중요합니다. 비장애인이거나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그냥 들어야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조금 길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너무 절망적인 단계에서 끝이 나니까요. 전 2,30분 정도의 시간을 들이더라도 재기가 자신을 추스리고 상처를 치유하고 다음 단계로 나가길 바랐어요. 아마 두 감독에게 차기작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런 이야기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