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호러
개봉일 : 2015-04-16
감독 : 박재식
출연 : 김성수, 한고은, 배그린, 신정선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어쩌다가 [검은손]을 극장에서 봤을까요. 전 이 영화가 형편없을 거란 걸 알고 있었습니다. 일단 감독이 박재식. 그는 [외톨이]의 감독이고 [찍히면 죽는다]가 세상에 존재하게 된 데에 1차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입니다. 예고편만 봐도 무슨 이야기인지 뻔했고요. 순전히 한국 호러 영화에 대한 의리 때문에 알면서도 사지에 들어간 거죠. 아니, 제가 언제부터 의리를 그렇게 따졌다고?
의사들 이야기입니다. 정우는 줄기 세포 연구를 하는 신경외과 전문의입니다. 이 사람은 후배인 성형외과 의사 유경과 바람 피우는 중이죠. 그러다가 분노한 그의 아내의 음모에 말려든 유경의 손이 잘려나가요. 아내는 실종되고 접합 수술을 받은 유경은 점점 정신이 이상해집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여러분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몇십년 전부터 끝도없이 반복된 호러 소재니까요. 몇십년 전이 뭐예요. 그림 형제가 채집한 독일 민화에도 이런 이야기는 있어요. 당연히 기승전결이 쫙 깔려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도 영화는 이걸 놀라운 반전이 있는 이야기인 척 하고 있어요. 자기네들도 이게 뻔한 이야기라는 걸 알고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긴 한데, 그래도 이런 각본에 대한 변명은 안 되지요.
완성도는 엉망진창입니다. 엉터리 각본과 대사, 그에 걸려넘어지는 어색한 연기,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끼워넣은 공포 효과까지 안이하기 짝이 없지요. 더 어이가 없는 건 선정적이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굴리면서도 엄청나게 지루하다는 것입니다. 의미있는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지루한 빈 시간이 너무 많아서 실제 러닝타임이 의심될 지경입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완성도가 아니라 영화의 천박함입니다. 천박한 사람들이 나오는 천박한 영화예요. 세상은 천박한 사람들로 부글거리니 천박한 캐릭터의 존재는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아니에요. 이들은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 이야기에 해를 끼칩니다. 어쩔 수 없이 넣어야 한다면 대비되는 다른 캐릭터나 이야기가 영화를 끌어가게 해야죠. 하지만 [검은손]을 만든 사람들은 천박함 이외의 다른 것을 상상할 능력 자체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콘텐츠 제공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