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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싶지 않았다

   개요   :  드라마, 멜로/로맨스

   개봉일   :  2022-03-10

   감독   :  티무 니키

   출연   :  마리아나 마야라

   등급   :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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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의 주인공 야코는 영화광입니다. 그것도 아주 취향이 분명한 장르 영화광요. 초기 카펜터 액션 영화들을 좋아하고, 제임스 카메론도 괜찮습니다. 단지 아직 [타이타닉]을 볼 생각은 들지 않아요. 훌륭한 장르 영화 감독이 대중에 영합한 쓰레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날 야코는 오로지 전화 통화로만 알고 지내던 여자친구 시르파와 대화를 나누다 같이 [타이타닉] DVD를 보자고 약속합니다. 물론 여전히 [타이타닉]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에 야코는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 DVD 몇 개를 따로 챙겨 갖고 집을 나섭니다.


여기까지는 영화광에 대한 코미디처럼 보이죠. 하지만 전 중요한 정보 하나를 누락시켰습니다. 야코는 악성 다발 경화증을 앓고 있습니다. 가슴 아래는 마비되었고 시력도 거의 잃었습니다. 비장애인에게 시르파가 있는 도시로 가는 여정은 그냥 평범한 일상의 일탈에 불과하겠지만 야코에게는 대모험입니다.


핀란드 영화입니다. 당연히 우리나라보다 장애인의 교통권이 보장되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1야당 당대표라는 인간이 장애인 시위를 조롱하는 야만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장애인을 배려하는 나라를 살고 있고 치밀하게 준비를 했다고 해도 혼자 하는 여행은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야코는 흥분한 나머지 여행의 일부를 운에 맡겼고 결국 사고가 터져요.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스릴러가 됩니다.


단 하나의 제한된 스타일로 일관하는 영화입니다. 관객들은 영화가 거의 끝나기 직전까지 주인공 야코의 얼굴과 몸밖에 볼 수 없어요. 와이드스크린 비율이라 당연히 공간이 꽤 남는데, 이 부분은 대부분 초점이 맞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시각장애인의 경험을 어느 정도 재현하면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영화입니다. 러닝타임이 90분 미만인 짧은 영화라 이게 큰 문제는 되지 않아요.


장애인이 겪은 곤란함을 그린 메시지 영화로 보일 수도 있지만, 영화는 그보다 내용이 풍성합니다. 일단은 로맨스 영화이고 서스펜스물로서 긴장감도 만만치 않아요. 무엇보다 야코는 장애라는 특수성과 상관없이 재미있고 강렬한 인물입니다. 영화가 어느 장르로 흐르건, 관객들은 이 사람을 응원하고 싶어지지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가 아트하우스 영화스러운 협소한 스타일로 일관하는 영화이면서 여전히 대중적인 매력을 갖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