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드라마, 스릴러
개봉일 : 2021-12-25
감독 : 조엘 코엔
출연 : 덴젤 워싱턴, 캐스린 헌터
등급 : 15세 관람가
조엘 코엔의 [맥베스의 비극]은 여러 모로 예외적인 작품입니다. 동생 에단이 참여하지 않은 첫 솔로 영화이고 셰익스피어 각색물이지요. 그리고 무지 A24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이기도 해요. 미국에서는 잠시 극장에서 상영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극장개봉되지 않았고 곧장 애플 TV에서 풀렸습니다.
경제적이고 빠른 각색입니다. 러닝타임이 1시간 45분밖에 안 돼요. 흑백 화면이고 화면비는 아카데미. 영화를 보고 있으면 셰익스피어의 대사가 빽빽하게 차 있는데도 종종 무성영화를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듭니다. 거의 M.C. 에스허르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극도로 단순화된 세트와 미장센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당연히 대사는 안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변형이 있습니다. 로스의 비중이 커졌어요. 로스가 누구냐고요? 아주 꼼꼼한 [맥베스]의 독자가 아니라면 그냥 넘겨버릴 기능성 인물입니다. 하지만 코엔은 이 인물에게 제3의 자객을 포함한 다른 인물들의 대사와 새 역할을 주면서 분량을 늘렸어요. 이제 로스는 아주 기회주의적인 음모가처럼 보이기도 하고 이미 정해진 운명을 집행하는 초자연적인 존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정해진 운명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폭력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맥베스]는 코엔 형제가 다룰 법한 재료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피투성이 사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오로지 덴젤 워싱턴이 연기하는 맥베스만이 자신의 부조리한 위치가 어디인지 알고 있는 현대인처럼 말하고 행동합니다. 이는 매우 코엔적인 해석이지만 그만큼이나 정통 셰익스피어적 해석에 가깝기도 합니다.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