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호러
개봉일 : 2015-08-20
감독 : 김휘
출연 : 김성균, 유선(왕유선), 천호진, 차예련, 김혜성, 이규정
등급 : 15세 이상
[퇴마: 무녀굴]의 원작인 신진호의 소설 [무녀굴]은 제주의 김녕사굴에 얽힌 설화에 바탕을 둔 호러장편인데, 아주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습니다. 여기 저기에서 본 장면들이 너무 많았고 캐릭터가 약해서 흡인력이 딸렸어요. 그래도 몇몇 센 장면들과 한국 근대사와 관련된 기본 설정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재미있는 영화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요. 하지만 영화의 감독이 [이웃사람]의 김휘였으니 그런 기대는 접는 게 안전했어요. [이웃사람]도 강풀의 원작을 거의 콘티처럼 썼던 영화였지요. 새로운 뭔가가 나올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기본 설정은 원작과 같습니다. 퇴마사인 주인공 진명은 선배의 아내인 금주가 빙의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돕기로 하는데, 금주를 괴롭히는 귀신은 죽기 전에 무녀였던 것 같습니다. 조수인 지광과 방송국 PD인 혜인의 도움을 받아 사선을 수사하던 진명은 이 저주의 뿌리가 제주 4.3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웃사람]보다는 융통성있게 각색된 작품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일단 원작에서 풀타임 퇴마사인 진명은 영화에서 정신과의사예요. 조수인 지선은 남자가 되어 지광이 되었고요(주연 네 명 중 여자가 셋인 게 신경쓰였던 모양입니다. 반대였다면 성비를 맞추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겠죠). 프롤로그의 실종사건은 금주의 이야기와 합쳐졌고요. 결말도 원작의 사굴에서 무대가 버려진 교회로 옮겨졌습니다. 그밖에도 많은데 대충 큰 차이점을 언급하면 그렇습니다.
원작의 장점을 살린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주인공을 정신과의사로 만든 변경이 초자연현상과 과학의 회색지대를 파헤치기 위한 게 아니었나, 하고 희망을 품었지만 아니었죠. 나머지 변경은 뭔가 영화적 목표가 있어서 바뀐 게 아니에요. 그냥 적당한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한 타협의 결과죠. 원작에서 눈에 뜨였던 장면들 상당수는 그냥 19금이라 처음부터 살릴 수 있는 종류가 아니긴 했어요. 하지만 그런 경우 이런 식으로 물을 섞어 묽게 만드는 대신 그만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다른 아이디어를 넣었어야죠.
결과물은 조금 긴 [서프라이즈] 에피소드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깜짝 쇼와 무난한 탐문 수사 장면들이 반반씩 섞여 있는 그런 영화요. 아주 나쁘지도 않아요. 그냥 밍밍하게 무난하죠. 아, 물론 나쁜 부분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연기 같은 거. 배우들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캐스팅의 아귀가 안 맞고 연기지도가 나빠 제대로 활용이 안 되었죠. 하긴 [이웃사람] 때도 마찬가지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