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스릴러
개봉일 : 2022.01.12.
감독 : 리들리 스콧
출연 : 레이디 가가, 아담 드라이버
등급 : 15세 관람가
리들리 스콧의 [하우스 오브 구찌]는 '벌써 저게 역사가 됐어?'라는 생각이 드는 사건을 극화한 작품입니다. 구찌사의 몰락과 부흥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구찌 집안이 사업에서 물러나는 과정요. 그 과정의 정점을 찍은 건 회사 대표였던 마우리치오 구찌가 아내인 파트리치아의 청부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이지요. 전 이 사건 대부분을 매스컴을 통해 실시간으로 따라간 적이 있었기 때문에 영화의 내용이 친근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 시기를 거친 많은 한국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이 사건을 기억하지 않을까요? 아직도 수많은 파올로구찌 지갑과 장갑이 옷장 서랍 속 어딘가에 박혀 숨어 있을 텐데요.
2000년에 나온 사라 게이 포든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살인범인 파트리치아 레자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트럭 회사 집안의 딸이었던 (실제로는 세탁소 딸이 아니었던가요?) 파트리치아는 구찌 집안의 상속자인 마우리치오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둘은 구찌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합니다. 마우리치오의 아버지 로돌포가 죽자 마우리치오는 그 뒤를 물려받고 파트리치아는 마우리치오의 삼촌인 알도와 사촌인 파올로를 구찌사에서 밀어내려는 음모를 꾸밉니다.
무지 막장극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 대부분이 가짜 이탈리아 억양을 휘두르며 아주 적극적으로 이 막장성을 표현하고 있어요. [하우스 오브 구찌]는 보르지아 가문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맥베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누군가 지적했듯) [왔다! 장보리]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할리우드 배우들이 나오는 두시간 반짜리 [서프라이즈] 에피소드라고 했고 그건 그렇게까지 틀린 말은 아닙니다. 원래 막장 드라마는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지요. 같은 재료 중 일부는 고전이나 역사 대접을 받고 나머지는 막장 연속극의 재료로 소비되는 것뿐입니다.
그렇게까지 사실에 충실한 이야기는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이 영화 속 인물들, 특히 알도, 파올로와 같은 인물들은 극단적으로 캐리커처화 되었을 거예요. 구찌 집안 사람들은 당연히 불만이겠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세상에 그 정도 영향을 끼친 사람들의 이야기는 공공재이기 마련이거든요. 사실보다는 주제와 교훈, 이야기의 효과가 더 중요합니다.
탐욕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요. 엄청난 돈이 걸려 있는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이건 권력욕과 자존심과 명예와 사랑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특히 파올로 구찌와 관련된 상황은 이 상황의 복잡성을 보여줍니다. 파올로 구찌는 구찌사의 경제적 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건 가문의 명예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이류일 수밖에 없는 평범한 예술가의 자존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아마 한국 관객들에겐 반재벌 메시지가 읽히는 교훈담으로 읽힐 수도 있겠지요.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