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범죄, 액션
개봉일 : 2022.01.12.
감독 : 박대민
출연 : 박소담, 송새벽
등급 : 15세 관람가
[특송]은 [그림자 살인], [봉이 김선달]의 감독 박대민의 신작입니다. 원래는 [기생충] 인기를 등에 업고 ([기생충] 배우 두 명이 주연입니다. 박소담, 정현준요) 2년 전에 개봉되었어야 했는데, 역병이 터졌지요. 영화는 한없이 뒤로 밀리다 드디어 내일 개봉합니다. 그러는 동안 박소담은 갑상선 유두암 때문에 수술을 받아 홍보활동을 못하고 있고요.
영화의 주인공 은하는 할리우드 영화에 자주 나오는 드라이버입니다. 범죄를 저질렀거나 기타 수상쩍은 이유 때문에 특별한 운송수단이 필요한 고객들을 현장에서 탈출시키거나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게 일이죠. 그러던 어느 날 고객 대신 고객의 어린 아들을 얼떨결에 떠맡게 된 은하에게 목격자인 아이의 목숨을 노리는 악당들이 달라붙습니다. 주인공으로서 더 이상 프로페셔널한 거리를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죠. 그러니까 월터 힐의 [드라이버]와 카사베티스의 [글로리아]를 섞은 것 같은 설정입니다. 김대민은 [레옹]의 영향을 더 받았을 거 같아 보입니다만. 특정 캐릭터를 보면 특히 그런 생각이 듭니다.
배배 꼬인 음모가 중심인 시대극이었던 감독의 전작들과는 정반대입니다. 현대물이고 이야기는 아주 단순해요. 그 뒤에 복잡한 음모가 숨어 있긴 한데, 관객들은 굳이 그게 뭔지 알 필요가 없습니다. 은행보안키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맥거핀이라는 것만 이해하면 충분해요. 그 결과는 전작들보다 훨씬 낫습니다. 깊이 같은 건 없지만 시간이 막힘 없이 술술 잘 흘러가고 끝까지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는 대중영화예요. 감독의 능력이 최적화될 수 있는 재료가 이런 거였던 거 같아요.
할리우드 재료이니 얼마나 차별화되느냐가 중요한데, 제가 보기엔 성공한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지만 공간이 달라지니까 액션 또한 달라져요. 좁은 골목, 오르막과 같은 한국 특유의 공간들에서 차를 몰고 들어가면 머슬카들의 결투와는 전혀 성격이 다른 정교한 쥐와 고양이 게임이 가능해지지요. 아, 클래식 카에 대한 미국 영화의 집착이 보이지 않는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클래식 카 대접을 받는 게 BMW E30 정도인데, 심지어 그 차도 그렇게 주인공 행세를 하지 않아요. 한국의 현실 공간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차들의 비중도 그만큼 큽니다.
카 체이스가 아닌 다른 액션의 비중도 크고 특히 클라이맥스는 카 체이스 대신 몸싸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건 좀 아쉬운데, 그래도 그 액션은 잘 짜여졌습니다. 주인공을 '여전사'로 대신 자신과 상대방의 장단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익숙한 공간과 도구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똑똑한 사람으로 만들었어요.
주인공 은하의 어깨에 영화 무게 대부분이 걸려 있습니다. 그리고 은하 역의 박소담은 영화가 시작될 때부터 끝까지 쿨해요. 아마 최근 몇 년 동안 나온 한국어 액션 영화 주인공들 중 가장 쿨할 거예요. 일단 불필요한 자기 과시가 전혀 없거든요. 그리고 영화 내내 은하가 얼마나 유능한 전문가인지를 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보여주거든요. 송새벽, 염혜란과 같은 조연진도 만족스러운데, 이들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요. 사실은 알아도 별 상관은 없긴 한데, 그래도 최소한의 형식은 존중해야죠?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