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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룩 업

   개요   :  코미디

   개봉일   :  2021-12-08

   감독   :  아담 맥케이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롭 모건

   등급   :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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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맥케이의 신작 [돈 룩 업]은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풀렸는데, 전 그 전에 극장에서 봤습니다.


[딥 임팩트]와 비슷한 설정으로 시작되는 영화입니다.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거대한 혜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습니다. 이를 발견한 천문학자들은 정부에 이 사실을 알리고요. 단지 여기서부터 영화는 [딥 임팩트]에서 벗어납니다. [딥 임팩트]는 유능한 전문가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최선을 다하다가 불완전한 성공을 거둔다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돈 룩 업]에는 그런 행운이 없습니다. 과학자들은 아주 늦기 전에 혜성을 발견했습니다.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도 있습니다. 하지만 탐욕스러운 자본가, 어리석은 정치가, 답없는 음모론자들이 쉽게 해결할 수도 있었던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 갑니다.


누가 봐도 혜성은 기후위기의 은유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만들어지는 동안 이건 지금 전세계가 겪고 있는 역병의 은유가 되기도 했지요. 영화의 종말론적 분위기는 기후위기 은유일 때 더 잘 먹히지만 그렇다고 역병 은유가 안 먹히는 것도 아닙니다. 영화가 다루는 수많은 이슈들, 그러니까 과학계의 성평등, 음모론, SNS의 노예가 된 대중의 묘사 역시 지극히 현실적이죠.


무지 절망적인 느낌의 영화입니다. 요샌 다들 '이러니까 코미디가 망하지'라고들 하잖아요. 이 영화에서도 세상은 이미 끔찍하고 어리석고 추하기 때문에 더 이상 코미디를 얹을 구석이 없습니다. 맥케이는 현실을 넘어서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종종 농담을 포기해버리고 직설적으로 욕을 퍼붓습니다. "너네들은 죽어도 싸다, 이 멍청이들아." 코미디로서는 실패하는 부분이지만 그 실패가 이 영화의 메시지를 더 잘 살려주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여전히 신경 쓰이는 맥케이의 터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영화에서 메릴 스트립이 연기하는 대통령은 사라 페일린을 풍자한 것인데, 이런 여성 대통령을 다룬 코미디가 먹히려면 최소한 두 명 이상의 여성 대통령을 배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다른 악의 축을 대표하는 모 캐릭터는 누가 봐도 자폐인이라 이 이슈를 다루는 데에 둔감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리버럴한 백인 비장애 이성애자 남자 작가들은 자기가 모두를 평등하게 풍자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안 그래요.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