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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개요   :  서스펜스, 모험, 액션

   개봉일   :  2021-12-01

   감독   :  제이슨 라이트맨

   출연   :  캐리 쿤, 핀 울프하드, 맥케나 그레이스, 폴 러드

   등급   :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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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여러 번 이야기한 거 같은데, 지금 할리우드 전문가들이 [고스트버스터즈] 영화를 만들면 대부분 경우 원작보다 낫게 나와요. 원작 [고스트버스터즈]는 당시에도 그렇게까지 좋은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단지 80년대에 대한 향수와 그 동안 지속된 팬덤의 힘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이 영화가 가질 수밖에 없는 오리지널리티 때문에 지금까지 그 위치에 있었던 거죠.


여기서 배합만 조금만 달라져도 이 영화 또는 이 시리즈에 대한 인상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 경우는 [리얼 고스트버스터즈] 애니메이션 시리즈, [고스트버스터즈 2], [고스트버스터즈] 순서로 작품을 보았는데,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대한 기억이 가장 좋고, 첫 영화에 대한 기억이 가장 별로입니다. 특히 전 유일한 흑인 멤버인 윈스턴이 과학자가 아닌 운전기사라는 걸 뒤늦게 알고 실망했던 기억이 있어요. 비슷한 이유로 우리나라 관객들이 오리지널 [고스트버스터즈] 시리즈를 특별히 좋아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국내 개봉 당시 이 영화의 평가나 인기는 그냥 그랬거든요. 폴 페이그의 저번 리부트 시리즈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반응은 그래서 좀 어처구니 없는 구석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엔 이 시리즈의 팬이 별로 없다고요.


페이그의 영화와는 달리 아이번 라이트먼의 아들 제이슨 라이트먼이 감독한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는 속편입니다. 이 정보를 모르고 봐도 속편이라는 티가 나요. 오프닝에 실루엣으로만 등장하는 고스트버스터즈 멤버는 누가 봐도 이곤 스펭글러이고, 우린 스펭글러 역 배우이고 이 시리즈의 공동작가인 해롤드 레이미스가 이미 세상을 떴다는 걸 알고 있지요. 스펭글러의 이름은 중반까지 나오지 않지만 손녀로 나오는 매켄나 그레이스는 누가 봐도 스펭글러처럼 분장하고 있고요.


영화는 제가 좋아하는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사교성 없는 조숙한 천재 여자아이, 그러니까 이 영화의 주인공인 피비가 엄마인 칼리, 오빠인 트레버와 함께 얼마 전에 세상을 뜬 할아버지가 소유하고 있던 낡은 농장집으로 이사하는 것이죠. 할아버지는 이 농장에서 무언가 수상쩍은 실험을 하고 있었고, 지진대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는 정체불명의 지진이 매번 일어나는데, 피비가 오기 전에 여기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유일한 사람은 그 동네 중학교 과학교사는 게리 그루버슨뿐입니다.


호기심을 유발하기 충분한 도입부입니다. 그런데 제이슨 라이트먼은 여기서부터 지나치게 쉬운 길을 갑니다. 한 마디로 말해, 이 영화는 그냥 새로운 세대가 나오고 무대를 시골로 옮긴 [고스트버스터즈]의 리메이크입니다. 악당도 같고, 괴물도 같고, 벌어지는 사건도 같고, 결말도 같습니다. 자기만의 힘이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보다는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 먼저인 영화인 것이죠.


이건 좀 아쉬운 일인데, 라이트먼의 영화는 정말 훌륭한 [고스트버스터즈] 영화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맥켄나 그레이스는 훌륭한 청소년 주인공입니다. 감독인 제이슨 라이트먼은 스필버그 영향 아래 80년대 청소년 영화가 갖고 있던 그 흥분되는 느낌을 근사하게 전달하고 있고요. 아, 엘머 번스타인의 원래 작품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면서도 자기 역할을 멋지게 해내는 롭 시몬센의 음악도 좋았지요. 끝없이 이어지는 팬서비스의 공격에 이야기가 묻히지 않았다면 이들은 더 근사하게 쓰였을 거예요. 이 서비스가 폴 페이그 영화에 대한 자칭 팬들의 어처구니 없는 공격에 대한 방어처럼 보이기 때문에 기분이 좀 별로입니다. 역시 이 패거리는 세상에 도움이 안 돼요.


그래도 여전히 이 영화는 첫 두 편보다 낫습니다. 청소년이 주인공이지만 더 성숙한 영화이기도 하고요. 노인네들을 적당히 예를 갖추어 밀어내고 본격적으로 새 주인공을 내세운 속편을 만든다면 더 좋아질 수도 있겠지요.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