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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이탈자

   개요   :  액션

   개봉일   :  2021-11-24

   감독   :  윤재근

   출연   :  윤계상, 박용우, 임지연

   등급   :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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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근의 [유체이탈자]는 [뷰티 인사이드]와 [퀀텀 리프(광속인간 샘)]을 반반씩 섞은 것 같은 설정으로 시작되는 영화입니다. 윤계상이 기억을 잃은 캐릭터로 나오는데 이 사람은 12시간마다, 그러니까 12시 정각을 칠 때마다 다른 사람의 몸으로 빨려들어갑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주인공은 자신이 실종된 정보요원 강이안이고, 자신이 몸을 갈아탄 사람들이 그 주변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게임과 같은 구성입니다. 첫 몇 분은 튜토리얼입니다. 일단 감이 잡히면 주어진 단서를 수집하고 쫓아오는 남자들에서 달아나는 미션이 진행됩니다. 그러다 이 모든 사실을 설명하는 회상장면이 길게 이어지고 그 뒤부터는 건타카입니다.


의외로 설정을 설명하는 데에 나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다고 인위성이 사라지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12시 정각에 몸이 바뀌는 건 순전히 우연이거든요. 그래도 12시간 간격과, 몸이 바뀌는 이유에는 나름 장르적인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다는 아니고 한 30퍼센트 정도는 설명된다고 할까요. 그 정도면 충분하지요. 우리가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의 이유에 대해 다 알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어차피 내용 상당부분이 맥거핀으로 채워져 있는 영화입니다. 상당수는 다른 무언가로 교체되어도 이야기엔 큰 지장이 없어요.


주인공의 몸은 꾸준히 바뀌지만 윤계상은 계속 나옵니다. 앞에서 언급한 [퀀텀 리프]와 같은 트릭을 쓰고 있어요. 카메라 앞에서 주인공은 계속 윤계상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거울을 보거나 다른 사람의 시점에서 보여질 때는 원래 몸 주인이 보이는 거죠. 존 카펜터가 [투명인간의 사랑]에서 비슷한 트릭을 쓴 적 있습니다. 체비 체이스의 캐릭터는 투명인간이지만 꼭 투명인간으로 보여져야하는 장면만 빼면 그냥 관객들 눈에 보이죠.


진행속도는 빠르고 액션도 좋은 편입니다. 단지 건타카 부분에서는 주인공이 거의 슈퍼히어로와 같은 만능이어서 좀 지치는데, 이것도 요새는 관습이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액션의 주체가 어느 정도 핸디캡을 갖고 있을 때가 더 재미있습니다.


나오는 거의 모든 사람이 의심스럽지만 '여자주인공'인 임지연 캐릭터만은 예외입니다. 저 같으면 주인공을 한 번 임지연 몸에 넣었을 거 같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도 생각을 안 한 건 아닐 거예요. 하지만 그 뒤에도 윤계상이 계속 나온다면 자연스럽게 액션이 이어지기 어려웠을 거고, 아마 이들은 '여자주인공'의 순수성을 보존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