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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21-09-15

   감독   :  이장훈

   출연   :  박정민, 이성민, 윤아, 이수경

   등급   :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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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훈의 [기적]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역사라고 할 수 있는 양원역의 탄생요. 이 역이 있는 마을은 철도를 통하지 않고서는 외부로 나갈 수가 없는 곳이어서, 역을 세워달라는 요구가 꾸준히 있었다고 합니다. 철도청의 허가가 떨어지자, 마을 사람들은 직접 임시승강장을 만들었어요. 그게 1988년 4월 1일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소재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여기서 이야기를 끌어내기가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이런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역을 세워달라는 요구를 꾸준히하다가 결국 직접 역 건물을 세운 마을 사람들의 의지와 노력일 것입니다. 당연히 집단 묘사가 중요합니다.


영화에는 이게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영화는 준경이라는 천재소년을 등장시킵니다. 공부를 안 해도 수학은 만점을 맞고 박사학위 논문을 읽는 친구입니다. 꾸준히 청와대에 간이역을 세워달라는 편지를 보내던 준경은 마을 사람들을 모아 직접 역을 세웁니다.


준경은 다른 이야기에서는 괜찮은 주인공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닙니다. 진짜 주인공이어야 할 마을 사람들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기도 합니다만, 일단 참 서스펜스가 느껴지지 않는 사람입니다. 천재이고, 동네에서 가장 예쁜 여자아이가 여자친구입니다. 동네 사람들, 학교 선생님들, 심지어 여자친구의 아빠인 국회의원까지도 이 아이를 지원해주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남자주인공이 전우주의 우쭈쭈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우쭈쭈가 간이역의 건설과 무슨 상관이 있답니까?


영화는 준경이 마을을 떠날 생각이 없고 주어진 기회에도 소극적인 이유를 설명해야 합니다. 그 설명에는 서술트릭을 이용한 반전 두 개가 동원됩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죄의식에 기반한 멜로드라마가 깔려 있지요. 부자간의 이야기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이 모든 것은 지나치게 인위적이고 주인공 중심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캐스팅입니다. 박정민과 임윤아가 고등학생으로 나오는 영화입니다. 모두 자기 나이의 절반밖에 안 되는 아이를 연기하고 있지요. 임윤아씨야 아이돌이니까 나이를 초월한다고 우길 수도 있겠지만, 박정민은 암만 봐도 학교 다니는 30대 중반 아저씨입니다. 당연히 아무리 연기를 그럴싸하게 해도 이 나이 또래 아이들의 고민과 갈등은 보이지 않습니다. 당연히 제가 모르는 어른들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이건 좀 심합니다.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