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액션, 모험
개봉일 : 2021-08-11
감독 : 숀 레비
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
등급 : 12세 관람가
주인공 가이는 프리 시티라는 도시의 은행에서 직원으로 일합니다. 행복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지만 도시는 수상쩍을 정도로 범죄와 폭력이 난무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 폭력 대부분은 선글래스를 쓴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지지요. 아무 사전정보 없이 들어온 관객들도 이 세계가 수나미라는 회사가 출시한 [프리 시티]라는 비디오 게임의 일부라는 걸 알아차릴 때까지 몇 분 걸리지 않습니다.
선글래스를 쓴 몰로토프걸을 보고 사랑에 빠지면서, 가이의 인생은 갑작스러운 전환점을 맞습니다. 은행강도의 선글래스를 빼앗아 쓴 가이는 순전히 몰로토프걸과 의미있는 관계를 맺기 위해 레벨을 올리기 시작하고, 회사는 이를 해킹으로 간주합니다. 그러는 동안 평범한 NPC에 불과했던 가이는 점점 게임 세계에서 스타가 되어가요. 이를 탐탁치 못하게 여기는 건 수나미의 CEO인 안트완입니다. 그리고 안트완이 이에 민감한 데에는 숨은 비밀이 있습니다.
숀 레비의 [프리 가이]는 독창적인 큰 아이디어라고는 전혀 없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에 이전 히트작의 레퍼런스가 있습니다. [레고 무비], [사랑의 블랙홀], [매트릭스], [트론], [레디 플레이어 원], [주먹왕 랠프]. 단지 이 재료들을 깔끔하게 잘 정리해서 대체로 무해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하는 거죠.
신경이 안 쓰이는 건 아닙니다. 특히 '평범한 보편인간'으로 이미 슈퍼히어로를 두 차례 연기한 적 있는 백인 남자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를 캐스팅하면서 영화는 요새 할리우드스러운 밋밋함에 빠집니다. 이 정도면 설정이 아무리 다르다고 우겨도 백인남자가 나오는 슈퍼히어로 영화와 크게 구분이 안 되지요. 영화가 끊임없이 영혼없는 IP 영화를 찍어내는 할리우드 영화계에 대한 풍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는 더 문제가 됩니다. 그리고 평범한 백인 남자가 '여전사' 타이프의 쿨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영웅이 된다는 이야기가 지나치게 자주 반복되는 것 같지 않습니까.
SF와 판타지의 경계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건 큰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따진다면 [프리 가이]는 판타지 쪽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그래도 이 판타지가 바탕을 두고 있는 SF 설정은 괜찮고 이보다 더 다채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조금 더 야심이 있었다면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지금 모든 게 너무 안전해요.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