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21-04-07
감독 : 플로리안 젤러
출연 : 안소니 홉킨스, 올리비아 콜맨
등급 : 12세 관람가
[더 파더]는 플로리앙 젤레의 동명 희곡을 원작자 자신이 영화로 옮긴 작품입니다. 단지 각색 과정 중 무대가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옮겨졌어요. 앙드레가 안소니가 됐고. 영어 각본 작업엔 크리스토퍼 햄튼이 참여했는데, 번역가의 역할에 더 가까웠을 거 같습니다. 이 작품은 국립극장에서 [아버지]라는 제목으로 젤레의 가족 연작에 속한 다른 작품인 [어머니]와 함께 공연된 적 있어요. 그 때 주연은 박근형이었습니다.
주인공 안소니는 자기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 80대 노인입니다. 딸 앤은 간병인을 붙여주려고 그게 잘 안 되지요. 그리고... 여기서부터 안소니에게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안소니는 확실히 치매에 걸렸고 자신과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온전하게 인식하지 못합니다. 시공간과 사건들은 파편화되어 있고 종종 일관성도 잃습니다. 우리는 오로지 안소니의 주관적인 경험만을 따라갈 수 있을 뿐입니다. 물론 이것은 치매 환자의 경험을 그대로 옮긴 건 아닙니다. 예술적으로 번역한 것이지요. [뷰티풀 마인드]의 조현병 증상처럼요.
연극에서는 대사였던 것이 영화에서는 대사 없는 몸 연기로 바뀌는 등, 약간의 변화가 있지만 그래도 원작에 충실한 작품입니다. 그래도 영화와 연극은 다르죠. 연극은 고정된 무대에서 조금씩 가구를 줄여가며 앙드레의 공간을 추상화시키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최소한의 사실성은 유지하려고 해요. 대신 자연스럽게 편집으로 안소니 주변의 시공간 이동과 변화를 표현하고 있지요. 당연히 연극의 특성은 어느 정도 사라지고 감흥 역시 달라집니다. 이건 젤레의 의도였겠죠. 영화로 뭔가 다른 걸 해보는 거.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안소니는 말 그대로 자신이 사는 우주가 무너지는 경험을 합니다. 연극의 표현이 더 명쾌하지만 영화의 폐소공포증이 더 강합니다. 아무리 기를 써도 안소니가 이 카메라의 시선으로 제한된 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으니까요. 장르 호러는 아니지만 호러예요. 가족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고.
분명한 매체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연극 같다는 느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명성 쟁쟁한 좋은 배우들을 무대에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다들 좋지만, 영화의 중심은 안소니 홉킨스와 올리비아 콜먼이지요. 특히 안소니 홉킨스는 이 영화를 자기 개성과 연기로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홉킨스가 아닌 다른 배우가 나왔어도 좋은 영화가 나왔겠지만 결과물은 전혀 달랐겠지요.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