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액션
개봉일 : 2021-03-25
감독 : 애덤 윈가드
출연 :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밀리 바비 브라운
등급 : 12세 관람가
그러니까 이야기가 이렇게 됩니다. 1930년대 오리지널 [킹콩]의 애니메이터인 윌리스 H. 오브라이언에겐 멋진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킹콩과 거대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을 싸우게 하는 거죠. 이미 40년대엔 온갖 유니버설 호러 괴물들이 이종 격투기를 벌였으니 킹콩과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었습니다. 오브라이언은 이 이야기를 제작자 존 벡에게 넘겨주었는데, 글쎄 이 사람이 오브라이언 몰래 이걸 토호사에 팔아버렸습니다. 토호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을 버리고 그 자리에 자기 회사 인기스타인 고지라를 넣었어요. 고지라 시리즈 최고 히트작 중 하나인 [킹콩 대 고지라]가 이렇게 나왔습니다. 그리고 고향이 완전히 다른 이 두 괴물들은 여기서부터 그냥 하나로 엮여버렸어요.
[고질라 vs. 콩]은 레전더리사의 몬스터 영화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영화였습니다. 이 시리즈 모두가 이 두 괴물을 한판 붙게 하기 위해 계획되었지요. 물론 첫 영화 [고질라]가 망했다면 불가능했겠지만 이 시리즈의 영화들은 모두 흥행 성과가 괜찮았고 퀄리티도 높았습니다. 그랬으니 이 영화가 나오는 건 그냥 의무였지요.
스토리가 엄청 좋은 영화는 아닙니다. 그건 영화를 보기 전에도 예상되었던 것이죠. 자연스러운 상황이라면 두 괴물이 굳이 싸워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 둘이 싸우게 하는 게 의무이기 때문에 아무리 억지라고 해도 그런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자연스러운 이야기, 좋은 '인간' 캐릭터보다 이게 더 중요합니다. 그 때문에 인간들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종종 어리둥절해져요. 이야기와 설정이 이렇게 말이 안 되어도 되나? 앞 작품에서 떡밥을 뿌렸던 할로우 어스가 등장한 뒤로는 더더욱 그렇고요. 이런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배우들이 다들 괜찮은 전문가거나 스타이기 때문에 더 어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고질라와 킹콩을 계속 싸우게 만듭니다. 거대한 두 괴물이 엄청난 중량감이 있는 이종격투기를 끝도 없이 벌여요. 물론 한쪽이 죽을 때까지 싸우게 둘 수는 없습니다. 모두 스타니까요. 양쪽 모두의 체면을 살리면서 싸움을 끝낼 방법이 필요해요. 그게 뭔지는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앞에서 말했지만 그렇게 섬세한 내용이 아니라서요.
[고질라 vs. 콩]은 관객들이 극장에 오기 전에 보고 싶었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거의 모든 것도 아니고 그냥 모든 것입니다. 그 과정이 그냥 대충이긴 한데, 그래도 이만큼 관객들과의 약속을 확실하게 지키는 블록버스터 영화는 최근 몇 년 동안 나온 적이 없어요. 너무 잘 지켜서 오히려 어리둥절할 지경입니다.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