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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철

   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21-02-18

   감독   :  배종대

   출연   :  염혜란, 김시은, 박지후

   등급   :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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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대의 [빛과 철]은 주인공 희주가 고향에 돌아와 옛 직장인 공장에 취직하면서 시작됩니다. 희주는 여기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는 영남과 마주치고 질겁합니다. 2년 전 있었던 교통사고에서 희주의 남편은 죽었고 영남의 남편은 식물인간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이 둘의 관계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이 관계는 영남의 딸 은영이 지금까지 숨겨왔던 비밀을 고백하면서 더 험악해집니다.


[빛과 철]이라니, 80년대 노동영화 제목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영화는 한국 노동영화의 계보를 잇고 있어요. 당시 영화를 이루고 있던 소재와 주제 모두 담고 있고, 대놓고 메시지 중심의 영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개봉된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와 마찬가지로 [빛과 철]도 대중영화로서의 재미가 상당합니다. 일단 시동이 걸리면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습니다.


우선 영화는 시선을 끄는 멜로드라마입니다. 교통사고로 가족이 다치거나 죽은 사람들의 관계이니 직관적으로 확 와닿지요. 우린 이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억울함과 울분을 알고 있지요. 그리고 영화는 은영의 고백 이후로 추리물이 됩니다. 희주가 사건을 캐기 시작하면서부터 계속 2년 전 교통사고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 적어도 새로운 가능성들이 계속 밝혀집니다. 끊임없이 호기심이 생기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어요.


추리물의 구조는 주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건의 표면 위에서 억울해하고 분노하는 사람 뒤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과의 사슬 어딘가에 서서 이 사건에 결정적인 결과를 끼친 무언가가 드러나는 것이죠. 그리고 이 무언가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는 악역이 나오지 않아요. 모두 자기만의 죄책감과 비겁함을 짊어지고 있는 고만고만한 회색인들이지요.


세 주연배우의 무게감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영화이고 이들은 모두 절절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단지 이들은 디테일이 제거된, 최대한 단순하고 종종 추상적이기까지 한 캐릭터들을 연기하고 있어요. 일단 주제와 구조가 중요하고 캐릭터들은 이를 보여주기 위한 도구니까 이는 크게 이사하지 않지요. 단지 이들이 스토리 전개와 구조를 위해 이용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조금 더 자연스러운 해결책들이 있지 않았을까요.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