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코미디, 스릴러
개봉일 : 2020-09-29
감독 : 신정원
출연 : 이정현, 김성오, 서영희, 양동근, 이미도
등급 : 15세 관람가
소희는 얼마 전에 결혼한 남편 만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의심하고 인터넷에서 찾은 흥신소에게 뒷조사를 문의합니다. 소희의 의심이 맞았어요. 만길은 바람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흥신소 소장 닥터 장은 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들이밉니다. 만길은 그냥 바람만 피우는 게 아니라 불사의 몸을 가진 언브레이커블이라는 외계인 집단의 일원이었어요. 그뿐만 아니에요. 이미 네 번이나 결혼을 했었고 지금 소희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지요. 소희는 닥터 장과 고등학교 동창인 세라, 양선과 함께 반격에 나섭니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오래간만에 나온 신정원의 신작입니다. 당연히 우리는 여기서 웰메이드 영화의 퀄리티를 기대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어떻게 만든 영화가 좋은 신정원 영화일까요? 답변하기 힘든 질문입니다. 신정원의 개성은 작품의 완성도, 웃음의 정도 심지어 재미와도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냥 신정원스러운 무언가이고 이것이 가장 극대화되는 순간은 가장 웃기거나 재미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건 까다로운 개성이고 감독 자신도 다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장항준이 원안을 쓰고 신정원과 공동집필을 한 각본은 대놓고 쌈마이입니다. 작정하고 유치해지려고 하는 부분이 영화의 상당부분을 차지합니다. 두 사람은 이것이 신정원의 개성과 맞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은데, 전 잘 모르겠습니다. 신정원의 영화들은 설정만 본다면 그렇게까지 유치하지는 않아요. 의도적인 조악함과도 별 상관이 없고요. 그리고 이 영화에서 그런 부분들, 특히 비밀요원과 관련된 농담들은 전혀 재미있지 않습니다. 서툴게 쓰여졌고 그냥 유치하기만 합니다. 이들은 중요하기 짝이 없는 막판 클라이맥스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게 도대체 누구 아이디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들은 세 주인공인 소희, 세라, 양선이 뭉쳐서 벌이는 소동입니다. 캐릭터에 분명한 개성이 들어가 있고 배우들이 거의 맞춤으로 소화해내고 있고 팀워크도 좋습니다. 연달아 벌어지는 살인으로 독한 맛도 만만치 않고요. 근데, 이 부분은 유치하고 싸보이지만 의외로 정파입니다. 일종의 베드룸 코미디로, 수백년에 걸친 경험에 바탕을 둔 전통이 있지요. 그리고 영화는 이걸 모범생처럼 잘 지킬 때 재미있습니다. 그러니까 신정원 기준으로 보면 이건 가장 '정상적으로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당연히 호오가 갈리지만 이 재미의 총량은 만만치가 않고 이건 영화의 장점입니다.
조금 더 진지하게 갈 수도 있었을 거 같습니다. 쌈마이스러운 영화라고 해서 얄팍하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서로를 죽이려고 하는 부부 이야기는 한국 중산층 이성애자 부부의 조건에 대해 깊이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 만길은 너무 재미없는 캐릭터예요. 유흥비로 강도질한 돈을 탕진하는 애들이 롤모델로 삼을 법한 동기와 욕망밖에는 없는. 죽여도 아무 감흥이 느껴지지 않은 존재인데, 그럼 이 모든 소동은 고민없이 심심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