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코미디, 드라마
개봉일 : 2020-06-10
감독 : 니샤 가나트라
출연 : 출연다코타 존슨, 트레시 엘리스 로스
등급 : 12세 관람가
니샤 가나트라의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를 보고 왔습니다. 플로라 그리슨이 쓴 이 영화의 각본은 2018년 블랙리스트에 있었다고 하더군요. 원래는 올해 봄에 개봉될 예정이었는데.... 팬데믹이 터졌지요. (이 문장은 자동 완성으로 저장해야 할까요?) 미국에서는 결국 VOD로 넘어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극장 개봉하고요.
극장에서 보아서 좋긴 했는데, 사실은 텔레비전으로 봐도 큰 손실은 없는 영화입니다. 요새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자주 나오는 종류의 영화예요. 보면서 [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 생각이 났습니다. 둘 다 비백인 여성 보스 밑에서 일하는 백인 여성이 주인공이에요. 그러고 보니 니샤 가나트라의 전작인 [Late Night]은 백인 여성 보스 밑에서 일하는 인도계 여성 이야기였다지요. 아직 안 보았습니다만.
영화의 주인공 매기는 그레이스 데이비스라는 유명한 가수의 비서예요. 하지만 뮤직 프로듀서가 꿈이고 시간이 비는 동안 틈틈이 작업을 하고 있지요. 어렸을 때부터 그레이스의 팬이라서 그레이스의 앨범을 프로듀싱하는 게 꿈이지요. 어느 날 매기는 마트에서 젊은 가수 데이빗을 만나요. 데이빗의 가능성을 본 매기는 자신을 프로듀서라고 소개하고 데이빗과 함께 작업을 시작합니다. 그러다보니 그레이스의 일에 소홀해지고... 그러다 여러 일들이 일어납니다. 제가 자세히 설명하지 않더라도 결말을 제외한 나머지 스토리는 예측 가능하실 거예요. 이런 영화들의 구성은 비슷하지요. 잘 올라가다가 막판에 잠시 하강하고 곧 다시 올라갑니다. 하강의 이유가 매기에게 있다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는 거고.
다가올 하강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큰 고민은 안 됩니다. 이 영화에는 나쁜 사람도, 무책임한 사람도 없어요. 매기는 야심 때문에 잠시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능력 있는 프로듀서입니다. 진심으로 그레이스를 위하는 충실한 비서이기도 하고요. 그레이스 역시 훌륭한 가수이고 기본적으로 선량한 사람입니다. 데이빗, 깐깐한 매니저인 잭 모두 자기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는 좋은 사람들이고, 의견이나 입장이 다를 때에도 모두 말이 통합니다. 이들 사이에서 일이 틀어진다고 해도 정말 끔찍한 일은 일어날 수가 없지요.
다시 말해 아주 안전한 영화입니다. 이건 단점이기도 하고 장점이기도 해요. 미국 대중음악계의 뒷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너무 선량해요. 분명 그 세계는 영화가 그린 것보다 살벌하고 위험한 곳일 거고 억울하고 부당한 일도 많이 일어날 테니까요. 하지만 모든 영화가 그 살벌한 이야기를 다 들려줘야 하는 법은 없고 이 안전한 영역에서 벌어지는 귀여운 이야기는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집니다. 특히 요새처럼 우울한 시기엔 이런 안전함이 안심되는 구석이 있고요. 이건 단점이 아니라 그냥 장르적 속성인 거 같아요.
그리고 디테일 약한 것도 아니에요. 이 영화도 좀 매기 같은 구석이 있어요. 선량하고 안전하지만 부지런하지요. 중간에 매기와 데이빗의 로맨스가 들어가긴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매기는 일을 쉬지 않습니다. 다 더하고 보면 이 둘의 관계에서도 로맨스보다 일의 비중이 커요. 뮤직 프로듀서가 주인공인 드문 영화이기 때문에 직업적 묘사의 비중이 큰 건 상당히 중요합니다.
다코타 존슨의 로맨틱 코미디는 처음 보는데, 이 사람이 전성기 멕 라이언이 갖고 있었던 강아지 같은 귀여움을 폴폴 풍기는 사람인 줄은 몰랐어요. 트레이스 일리스 로즈와 케빈 해리슨 주니어도 이 배우와 좋은 짝이고요. 어느 쪽이건 확 불타오르는 건 없는데 조용하고 안정적인 관계가 주는 편안한 매력이 있습니다.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