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20-06-18
감독 : 최윤태
출연 : 이주영, 이준혁
등급 : 12세 관람가
최윤태의 [야구소녀]는 프로야구선수가 되려고 하는 여자고등학생의 이야기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여자야구프로팀이 없기 때문에 주인공 주수인의 선택은 남자들만 있는 팀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미 중학교 때 야구천재로 이름을 날린 수인은 이미 지난 3년 동안 역시 남자들만 있는 고등학교 야구부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전은 점점 힘들어져 가요. 오로지 야구밖에 할 줄 모르고 야구장에서만 행복한 수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럿 있습니다. 1996년부터 한국프로야구팀에 여자들이 들어가는 걸 막는 규정은 없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인이 선택할 수 있고 선택해야 하는 길이 프로야구단에 들어가는 것뿐은 아니겠지요. 단지 수인은 그걸 원합니다. 그리고 새로 들어온 코치 진태도 그게 가능하다고 믿어요.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야구소녀]는 최근에 본 여성주인공이 나오는 한국 스포츠 영화 중 가장 정통적인 영화입니다. 아니, 여기엔 조금 착시현상이 반영되어 있을 거예요. 전 [** 소녀]라는 제목 때문에 [걷기왕], [오목소녀], [도약소녀]와 같은 오프비트한 코미디 영화들과 비교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기준이 되는 정통적인 영화가 꾸준히 나오는 건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 게 있어야 독특한 주제의 일탈적인 영화가 발을 붙일 자리가 생기니까요.
정통적이라고는 했지만, 우리가 익숙한 한국 스포츠 영화 장르의 멜로드라마를 따르는 영화는 아닙니다. 수인이 가까스로 들어간 팀에서 온갖 개고생을 하다가 대단한 활약을 해서 인정을 받고 다들 눈물을 흘리는 이야기 같은 건 기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심지어 이 영화에는 야구경기도 거의 나오지 않아요. 이 영화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졸업을 앞둔 고등학생의 취업 이야기'입니다. 수인은 영화 내내 세상에게 자신이 프로야구선수로서 자격이 있는 인재라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영화는 최대한 냉정한 조건에서 수인의 이야기를 그리려 합니다. 익숙한 멜로드라마의 재료들은 있습니다. 그러니까 딸이 평범한 삶을 살길 바라는 엄마와의 갈등과 같은 것 말이죠. 하지만 영화는 극적 설정을 부풀려 드라마를 과장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건 옳은 선택이예요. 이런 소재의 영화인 경우 주인공의 능력을 관객들에게 입증하려면 최대한 솔직해지고 정확해지고 단단해지는 수밖에 없어요.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하라면, 지금은 수인역으로 이주영 이외엔 다른 사람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찾으면 있겠지만 이런 영화라면 당연히 이 배우를 뽑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캐스팅이에요. 그리고 영화 내내 이주영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수인의 가망없어 보이는 꿈이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