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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비헤이비어

   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20-05-27

   감독   :  필립파 로소프

   출연   :  키이라 나이틀리, 제시 버클리, 구구 바샤-로, 수키 워터하우스

   등급   :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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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미스 월드나 미스 유니버스는 전세계가 주목하는 국제적인 행사였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지만요. 외모지상주의와 성상품화가 사라진 건 아닌데, 그런 것을 미인대회와 같은 형식으로 소비되는 유행은 과거의 것이 되었다는 것이죠. 여전히 미인대회는 많지만 의미와 무게는 이전과 많이 다릅니다.

 

필리파 로소프의 [미스비헤이버]는 1970년 미스 월드 대회를 다룬 영화입니다. 미스 월드가 역사책에 기록된다면 바로 이 이벤트 때문일 거예요. 지금 와서 보면 과거의 미인 대회는 당시 사람들의 미적 기준이 어땠는지를 보여주는 정도의 정보밖에 없지만, 1970년 미스 월드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일단의 페미니스트들이 장외에서 반대 시위를 하는 것만으로 모자라 관객으로 들어와 게스트인 밥 호프에게 밀가루 폭탄을 던지고 구호를 외쳤지요. 그 소동이 끝나고 미스 월드 1위로 선정된 미스 그라나다인 제니퍼 호스텐은 최초의 흑인 1위였고요. 2위로 선정된 미스 남아공 펄 젠센도 흑인이었는데,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에 대한 반발을 커버하기 위해 다른 백인 후보와 함께 데려온 사람이었지요. 아, BBC 방송차량 하나가 폭발하기도 했어요. 언제나처럼 평화롭게 예쁜 여자들을 구경하려던 1억의 시청자들은 동시대의 역동적인 역사를 실시간으로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당시 시위의 두 주동자인 샐리 알렉산더와 조 로빈슨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이들이 어떻게 만났는지, 어떤 상황 속에서 이런 시위를 기획하게 되었는지, 그게 어떤 과정을 통해 진행되었는지. 물론 이게 가장 중요하지요. 하지만 영화는 이들이 이야기만으로 러닝타임을 채우지 않습니다. 제니퍼 호스텐, 펄 젠센과 같은 대회 참가자들, 대회 운영자인 몰리 부부, 무대에서 공격의 대상이었던 밥 호프와 아내 돌로레스, 알렉산더와 로빈슨의 주변 인물들도 만만치 않은 큰 비중으로 등장해요.

 

분명한 자기 생각이 있고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도 있지만, 영화는 그렇게까지 열심히 편을 가를 생각은 없습니다. 이 영화 속 여자들은 종종 충돌하고 대립하지만 의견이나 존재가 무시 당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들은 모두 다른 의견을 갖고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행동을 하는 다른 개성의 사람들로, 1970년대를 그린 거대한 태피스트리의 일부입니다. 미인 대회에 반대한다고 해도 그 대회에 참가해 삶의 조건을 극복하고 야심을 이루려는 사람들을 무조건 공격할 수는 없는 것이죠. 같은 시위에 참여한다고 해도 그 안에서 의견은 갈라질 수밖에 없고요, 이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복잡한 세계 안에서 투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단일한 답은 없습니다.

 

사람 좋은 영화입니다. 종종 지나치게 좋다는 생각을 해요. 당시 벌어졌던 실제 사건의 거친 면을 그렇게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영화는 아니지요. 당시엔 과격하다고 여겨졌던 정치적 시위에 대한 영화지만 결과물은 보고나면 끝맛이 좋고 유쾌한 영국 코미디입니다. 하지만 전 이 역시 어느 정도는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우선 즐거운 코미디는 늘 있는 게 좋고, 이 선량함이 영화의 테마와도 어울린다고요.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