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19-12-19
감독 : 켄 로치
출연 : 크리스 히친, 데비 허니우드, 케이티 프록터, 리스 스톤
등급 : 12세 관람가
켄 로치의 [미안해요, 리키]의 주인공은 뉴캐슬에 사는 노동자 계급 가족입니다. 두 아이들은 아직 학교에 다닙니다. 딸 리사는 아직 모범생입니다. 십대인 아들 셉은 그래피티에 빠져 있습니다. 엄마 애비는 출장간병인이에요. 그리고 아빠인 리키는 막 택배운전사가 되었습니다.
표면상 이들 가족은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엄마, 아빠 모두 직장이 있습니다. 아들이 사고를 좀 치긴 하지만 그 나이 또래 애들은 대부분 그렇고요. 하지만 이들에겐 일상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사고들을 수습할 평범한 여유가 없습니다. 특히 리키가 택배 배달을 시작한 뒤로는 더욱 그래졌습니다. 리키는 자영업자로 택배회사와 계약을 했고 당연히 회사에 고용된 정식 노동자들이 요구할 수 있는 복지 혜택이 전혀 없습니다. 아들 문제를 상의하러 학교에 가는 간단한 일에도 어마어마한 희생이 따릅니다. 모든 게 자기 탓이고 조금이라도 삐긋하면 그 손해는 누적됩니다.
첫 장면부터 앞으로 다가올 위기를 보고 소름이 끼치는 영화들이 있는데, [미안해요, 리키]도 그 중 하나입니다. 암만 봐도 우리의 주인공들은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거의 절규하는 것 같은 결말은 필연적입니다. 이는 심지어 영화를 보기 전에 수학적으로도 입증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전 켄 로치 영화에서는 그래도 드문드문 볼 수 있었던 예술적 여유는 거의 찾을 수 없는 영화입니다. 주인공 가족의 노동과 이들을 억누르는 억압이 영화 전체를 이룹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노골적인 정치선동 영화인 건 말할 것도 없고요. 하지만 어떻게 이들의 이야기를 다른 식으로 말할 수 있단 말입니까?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