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드라마, 전쟁
개봉일 : 2020-02-19
감독 : 샘 멘데스
출연 : 조지 맥케이, 딘-찰스 채프먼
등급 : 15세 관람가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샘 멘데스의 [1917]은 제1차 세계대전 전쟁영화입니다. 2017년에 나왔다면 좋았을 텐데, 타이밍이 그렇게 딱 맞지는 않았네요. 참전경험이 있는 멘데스의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해요. 영화도 할아버지에게 헌정되었고.
이야기는 아주 간단해요. 배경은 1917년 (당연하죠) 4월 6일, 프랑스. 스코필드와 블레이크라는 두 명의 영국 병사가 모든 통신망이 파괴된 상황에서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하라는 임무를 받습니다. 이들이 실패하면 1600명의 아군이 독일군의 함정에 빠져 몰살당할 판이죠. 게다가 그 부대엔 블레이크의 형도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중요한 건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야기가 전달되는 방식이지요. [1917]는 히치콕이 [로프]에서 썼던 롱테이크 트릭을 쓰는 영화입니다.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이 단 두 개의 긴 롱테이크로 이루어져 있어요. 물론 진짜로 두 시간 동안 찍은 건 아닙니다. 그냥 롱테이크처럼 보이는 영화죠. 컷을 연결하기 위해 여러 테크닉이 쓰였어요. 몇 개는 히치콕이 썼을 법한 소박한 트릭이고 (주인공의 등이 카메라를 덮는다거나 하는 것 말이죠) 몇몇은 CG를 동원한 보다 복잡한 트릭이죠.
굳이 이래야 하나? [로프]를 만든 히치콕도 인정했듯, 영화는 편집의 예술이잖아요. 하지만 모든 영화가 언제나 '영화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고 이런 종류의 스턴트는 익숙한 이야기에 새로운 의미와 생명력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스턴트가 없었다면 [1917]은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지금처럼 주목을 끌지는 못했을 거예요. [1917]은 영화적 속성을 의도적으로 버림으로써 다른 감흥을 주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이 스턴트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영화의 평가가 달라집니다. 어떤 비평가들은 이 스턴트의 과시가 너무 지나쳐서 남이 하는 게임처럼 보이고 내용에 집중이 어렵다고 생각하니까요. 이 불평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이 영화의 기술적 성취는 종종 이야기를 덮어요. 이야기도 이 롱테이크의 전쟁 구경에 맞추어져 종종 인위적으로 흘렀으며 종종 수가 보입니다. 하지만 두 주인공의 고통과 공포, 인간적인 감정을 날려버릴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이 스턴트 때문에 이런 감정들이 더 와닿는 면도 있습니다. 전 이 영화의 표면적인 기술성취를 즐기는 것이 그렇게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덩케르크]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자주 비교되는 영화이고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은 제2차 세계대전과 전혀 다른 전쟁이었고 전쟁 당사자가 겪은 체험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관객들을 전장 한가운데에 던져 전쟁의 공포를 직접 체험하게 한다는 시도만으로 유사성만 강조할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