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백영옥
출판사 : 아르테
출판일 : 2017-07-21
페이지수 : 336
ISBN : 9788950971199
'빨강 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작가의 장편소설이에요.
일부 개작을 통한 재출간으로 소개됩니다.
타이틀도 약간의 변화가 있어요.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에서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 모임'으로 말이죠.
가만 보니 과거 제목은 주어가 '조찬모임의 주최자' 이군요?
바뀐 제목의 주어는 '실연당한 사람들'로 해석해도 되겠습니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작가의 세월도 꽤 흐른 탓이겠지요.
이 책은 실연을 모티브 로 한 작품입니다.
소설은 재미는 타이틀을 보고 내용을 유추해보는 것이지요.
실연당한 사람들이 사랑의 작대기를 이어가며 이별의 아픔을 딛고 새 출발하는 단순한 상상을 해봅니다.
그것은 역시나 크나큰 오판.
전혀 다른 전개에 놀람도 잠시 약간의 불편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소수를 위해 다수가 희생해야 하는 숨겨진 진실 .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 아닌가 싶었어요.
다행히도 계획은 수포로 돌아갑니다.
사랑의 감정이 인위적 행위나 기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작가는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요?
다소 아쉬운 점은 독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보인다는 점입니다.
서로 비슷하고 우월하며 잘난 조연 캐릭터가 마치 주연처럼 느껴져 관점이 넓어지고 집중도가 떨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헤어져야 새로운 시작이 가능한 남녀관계.
이별의 순간은 곧 만남의 시작이라는 것.
즉, 실연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최고의 묘약이라는 점.
그렇게 아프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곧 잊고 새 출발하는 사랑의 휘발성 .
사람에 대한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함이 맞습니다.
이열치열이란 말을 이럴 때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네요.
얼마 전 읽은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빅브라더' 이야기에 반가웠습니다.
회사는 빅브라더, 즉 괴물이라는 문장.
잠시 공감하며 지나갑니다.
끝으로 작가의 감칠맛 나는 두 문장 을 소개하며 마칩니다.
- 그는 앨범에서 사진을 한 장씩 빼냈다.
사진 하나하나에 불을 붙였다.
현정의 이마와 어깨가 서서히 불길 아래로 스러져갔다.
- 하얗고 매끈한 양초는 아무리 퍼 담아도 자꾸만 흘러넘치는
어둠의 끝을 잡아 커다란 불빛의 대열을 만들었다.
양초들 사이로 고여 있는 어둠은 깊고 아름다운 너울로 울렁였다.